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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coc

주영나연 원래 여름이란 파도를 걸어가는 것

by 애롱쓰 2020. 9. 6.

 AU 부부 관계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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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여름이란, 파도를 걸어가는 것. ]
KP : 고몽
PL : 애롱
"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 "
지루하고 따분한 수업이 이어집니다. 나연이는 현재 교실 뒷편 창가에 앉아있습니다.
이곳은 3층. 창 밖을 살펴보면 넓은 운동장이 한 눈에 보이고 나무로 세워 만든 그늘과 의자가 놓여있는 쉼터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한적하고 조금은 소란스럽습니다. 학생들이 모여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선명한 여름 날이 덥지도 않은걸까요?
10년 전으로 돌아왔어도 달라진게 없습니다. 똑같은 당신의 자리. 선생님과 학생들. 학교. 이 상황이 반갑다고 하기엔 나연이는 단 하나. 달라진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세상이 멸망했다는 사실과 경험.
그리고 천나연, 자신이 그 때 죽었었다는것이죠.
숨이 꺼져가고 눈 앞이 어둠에 잡아먹혀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당신을 관통한 것은 바로 주영이가 자신을 깨우는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모두가 하교 하고 난 후의 텅 빈 교실 책상에 앉아 잠을 자고 있던 스스로의 모습과 마주했었습니다.
물론 납득 할 수 없었죠. 이해 할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천나연, 당신은 다시 돌아 온 이 과거에 살고 있습니다. 멸망했던 세상의 끔찍한 모습도 없고 매번 불안에 떨었던 절망적인 상황도 없습니다. 교탁을 앞에 두고 서 있는 선생님을 오랜만에 봅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소식도 알 수 없었던 친구들의 모습 역시 낯설지만 익숙합니다.
수업이 끝나면 항상 그랬듯 주영이가 올테죠. 주영이는 알고 있을까요?
당신의 열아홉, 나의 열여덟, 여름. 바로 이때. 둘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는걸 말이에요. 때문에 여름은 특별한 계절입니다. 우리들이 새로운 사이로 나아간 계기가 된 시간이니까요.
이틀 뒤면 여름방학입니다.
당신은.. 어떤생각이 드나요
천나연:(처음엔 주마등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엔 죽기 전에 신께서 마지막으로, 가장 행복했을 순간의 꿈을 꾸게 해주는 것이라고도요.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생생해지는 감각에 이젠 하나의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그 시작을 다시 함께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하지만 더불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 종착역을 아는 제가 무언가 잘못해서 일이 틀어지면 어쩔 지.) (그래도, 역시 약간은 설렐 지도 모르겠어요. 그 괴로운 기억은 쓰고 약간은 단 꿈을 꿨던 것만 같은 감각으로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달콤한 꿈. 긴 주마등. 환상일지도 모르죠. 10년전의 이 교실도, 어렴풋 남은 당신의 기억과 별반 차이가 없으니까요.
기억과 똑같은 당신의 자리.
기억과 똑같은 선생님과 학생들.
똑같은 학교.
[교실]은 기억 속의 모습과 다를 바 없고, 당신의 [책상]위에는 [교과서]가 펼쳐져 있네요. 교탁 앞에는 [선생님]께서 칠판에 무언갈 쓰시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천나연:(암만 기억은 가지고 있더라도 수업은 제대로 들어야죠. 교과서를 흘금 봅니다. 마지막으로 본 지 얼마나 됐더라...)
국어 교과서가 책상 위에 펼쳐져 있습니다. 지금은 작문 시간인 걸까요. 오늘 작문 시간의 작문 주제는 「여름」입니다.
열여덟의 마지막 여름이라 그런걸까요? 여름. 여름 ….
학교를 졸업하고 주영이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이 납니다. 우리들은 10년 동안 똑같은 삶을 살게 되겠죠. 똑같은 곳에서 손을 잡고. 아홉번의 여름을 더 맞이할거고 그때마다 내리쬐는 햇빛이 만든 그림자를 보게 될 겁니다.
다음 작문 시간까지 여름을 주제로 글을 써오는게 숙제라고하니. 늦지 않게 도서관을 가서 책을 찾아보거나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읽어 두는게 좋을지도요.
천나연:(여름이라. 앞으로 미래에 있을, 사실은 과거에 있던.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떠올려봅니다. 그 때 보았던 풍경 하나하나가 주영이와 함께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거겠죠, 지금의 이 교실 풍경도, 어쩌면.) (시선을 올려 선생님을 봅니다.)
교탁에 서서 칠판에 분필로 글씨를 적으며 수업을 하고 계십니다. 작문 수업이지만 어쩐지 지금 하시는 말씀을 듣고 있자니 옆길로 좀 샌 것 같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포도라느니. 지구가 멸망할때 사과나무가 아니라 포도나무를 심을거라느니….
자신의 말을 쭉 이어나가던 선생님은 시선을 느끼신 건지, 문득 나연이를 바라보더니 나연이에게 질문합니다.
선생님:"천나연! 너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엇을 할거니?"
선생님은 물론 반 아이들의 시선이 당신에게 몰립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이미 멸망을 겪어본 당신이기에. 지구가 멸망한다면 멸망하기 전, 무엇을 할건가요?
천나연:(여전하시다 해야할지, 기억하고있던 대로라 해야할지. 선생님의 말을 가만 들으며 작게 풋 웃었다가, 그 질문에 눈을 살짝 크게 뜹니다. 몰리는 시선에 움찔, 해요.) 전... (그러게요, 멸망하기 직전, 그 전날. 전 뭘 했던가요.) ...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여행이나 어디 놀러가기엔 이동하는 시간이 아까울 것 같아서, 자주 가던 곳이나 집에서 소박하게 이야기하고 시간 보내고 싶어요. (살짝, 시선을 내리깝니다. 암만 그래도 이렇게 다 쳐다보는건 쑥스러운데...)
친구1: 오~~~~ 뭐야, 나연이 좋아하는 얘 있어????
친구2: 야 개쩐다!! 우리반 퀸카 좋아하는 사람 있나봐!!!
친구3: 좋겠다~~~ 나도 연애....
천나연:(아우 맙소사) (얼굴 감쌉니다. 데자뷰 느껴지기도 하고...)
선생님:조용! 조용!! 아직 수업 안끝났다!! 하여간에 사랑 이야기만 나오면 고삐가 풀려가지고.
쉬는시간까지 얼마 안남았으니까 집중해, 집중!
선생님은 교탁을 탁탁 내리치시며 말씀하십니다. 그 말대로 쉬는 시간이 앞으로 몇 분 남지 않았는지, 복도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교실 복도 창에선 주영이가 체육복을 입고 당신을 향해 짧게 손을 흔듭니다.
주영이의 수업은 체육이었나보네요.
천나연:(그 모습을 보고 작게 미소지으며 따라 손 흔들어줍니다. 이렇게 심장이 간질거리는 느낌은 또 오랜만이에요.)
쉬는시산까지 얼마 안남았다 하니.. 수업을 끝내주시기 까지 조금 다른 곳이나 불러볼까요?
둘러볼까요?
천나연:(자신의 책상을 봅니다.) (익숙한 모양...)
당신의 책상입니다. 창문 근처에 앉아서 그런걸까요? 창문이 만들어낸 일직선의 그림자가 나연이의 책상에 경계선을 그리며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푸른 잎들이 책상 위에 자신의 흔적들을 새겨놓는듯 합니다.
깔끔하고 깨끗한 책상. 책상 사물함 안에 손을 넣으면 교과서. 필통. 책이 들어있습니다.
천나연:(어쩐지 마음이 푸르게 물드는 느낌. 필통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둡니다. 물건 하날 사면 좀처럼 바꾸지를 않던 성격이라, 여기저기 닳아 색이 바랜 모습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작게 미소지으며 손으로 슬 쓸어봐요. 언제나 보던 그 필통.) (그리고는 교실을 전체적으로 눈으로 훑어봅니다.)
평범학 학교 교실입니다. 이제 막 오후를 지난 시간. 머리 끝 까지 올라선 태양때문에 교실 안은 그야말로 쨍쨍합니다.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학생도 있고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는 학생들도 존재합니다. 쉬는시간 종이 울리자 마자 급발진을 위해 추진력을 모으는 학생도 있고요.
서로 쪽지를 주고받거나 말장난을 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분명 주영이와 같은 학년이라면 우리도 저랬을까요.
조금 멀리 떨어진 칠판에는 높아지는 온도 때문에 일사병에 걸릴 때를 대비하여 배부된 유인물이 붙어있습니다. 관찰판정
천나연: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나연이가 앉아 있는 곳에서 칠판은 그리 가깝지 않기에, 칠판에 붙어있는 유인물을 확인하기까지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유인물에는 < 일사병 예비 방법 >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그 아래 부제목이 적혀있습니다.
[ 부제목 : 멸망까지 앞으로 10년 ]
천나연:... (눈을 살짝 크게 뜹니다. 누군가 알고있는건가? 나만 기억하고 있던게 아닌걸까. 결국 과거는 과거인 거구나. 미래는 그대로일 지도 모르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그 유인물을 가만 봅니다.) ... 어떻게...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유인물 아래 다른 작은글씨는 지금 거리에선 읽히지 않습니다. 제대로 확인하려면 수업종이 울리고 봐야할 것 같은데...
~♪
때마침 수업의 마무리를 알리는 종이 학교 전체에 울려퍼집니다.
나연이는 어떻게 하나요. 유인물을 확인해 볼수도,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주영이를 보러갈수도 있겠죠.
천나연:(몸을 일으킵니다. 유인물을 떼어갈 수는 없고... 오래 기다리게 두고싶진 않으니, 서둘러 유인물을 확인해봅니다.)

유인물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유인물>

일사병 예비 방법 ( 멸망까지 앞으로 2년 )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시 모자 착용. 가벼운 옷차림. 생수를 소지하시기 바랍니다.

물을 많이 마시되 카페인이 들어가거나 너무 단 음료, 주류등은 마시지 않도록 합니다.

멸망이 시작되기까지 앞으로 10년.

반복되기까지 앞으로 10년.

탈수등의 이유로 소금을 섭취할시 의사의 처방을 따르도록 합니다.

멸망까지 앞으로 10년... 잘못본 것이 아니었습니다. SANc(0/1)
천나연:
SAN Roll
기준치:60/30/12
굴림:65
판정결과:실패
... (일사병 예비 방법이랑은 거리가 있는 내용인데... 대체 누가 적어둔거지?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 안하는거야?) (60>59)
나연이가 유인물을 보고있으면.. 아, 그나마 학창시절에 말좀 섞어봤던 친구가 다가오네요
친구:나연아, 항상 너 찾는 3학년 언니 왔는데?
천나연:... 아, 선배가? (움찔 합니다. 신경쓰이긴 하지만... 더 기다리게 하면 안 되죠! 조심스레 교실 밖으로 나옵니다.)
당신이 교실 밖으로 나가면, 주영이는 물에 조금 젖은 체육복을 입고 나연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황주영:"수업은 잘 들었어? 하하! 오늘은 좀 더 더운것 같네!"
천나연:네, 창문을 열어놔도 해가 너무 쨍해서인지 덥게 느껴지더라고요. (당신을 보니 금방 그 약간의 불안감도 녹아내리는 것 같습니다. 즐거움이 가득 물든 미소를 보이며) 체육 시간이셨나봐요, 밖에서 뛰신 거예요?
황주영:"하하! 간만에 빡쌔게 뛰었거든. 땀흘려서 세수좀 한다는게 이렇게 됐네"
물에 살짝 젖은 상의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툭툭 가리키며 말합니다.
"좀 걸을까?"
주영이는 속보이는 말을 하며 당신에게 웃으며 말합니다. 사실 더운건 당연한 소리고 당신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것일텐데 말이에요.
열 아홉의 주영이는 그랬습니다. 스물 아홉의 주영이도 그랬을까요?
천나연:네, 선배. (그 때, 열 여덟 적의 저는. 이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꿈만 같이 느껴졌었죠. 언젠가 정말 곁에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끄러운 상상도 하면서요. 이렇게 듣고 보니 어쩌면 속이 뻔히 보이는 것도 같아 기쁜 마음에 작게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선배, 주영 언니는... 그랬을 거라 생각해요. 제 믿음이 맞다면.) 벌써 방학도 코앞이네요, 선배.
황주영:"하하! 그러게. 다들 신났더라고. 수능준비로 잡혀살아야겠지만 학교라도 안가는게 어디겠어"
그래도 계단 하나만 내려오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거리였는데 그건 좀 아쉽다. 그치?
주영이는 눈웃음 지으며 말합니다. 학교는 곧 시작될 여름 방학때문에 분주합니다. 아이들은 자주 소란스러워지고 학교는 기대감에 들뜬 듯한 어지러운 분위기. 복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쉬는 시간이되자 반에서 나와 복도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나연이는 듣기판정
천나연: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
천나연:(원래 어릴수록. 소릴. 잘 듣는...대)
복도를 걸으며 주영이와 대화를 나누는 나연이의 귀에 다른 아이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다른반 학생: 이틀 뒤면 여름 방학이네. 계획이라도 있어? 독서실에서 공부만 하기엔 좀 아쉬운데.
아이들은 벌써부터 방학때 할 일을 정하나 봅니다. 하긴. 이번 여름이 유독 덥기도 하고 여름이 끝나면 이제 고등학생으로 남아 있을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러고보니.. 10년전 나연이와 주영이는 여름날 무엇을 하며 보냈었죠?
천나연:(그래요, 한 층만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거리였는데. 다른 친구들은 부족하다 못해 너무 짧다고 투덜대던 그 한 달이 제겐 얼마나 긴 기간으로 들렸던지. 이런 생각을 하며 주영이한테 이렇게 말했었죠.) 선배, 방학에 다른 일정 없으세요? (뻔하게 밑밥 까는 행위일 지도 모르지만, 그 때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돌려말해야 하는지 잘 몰랐는걸요.) 괜찮으시다면, 방학에 같이 운동,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근처에 산책하기 좋은 강변이 있어도 혼자 뛰려니 페이스를 도무지 잡을 수가 없어서... (멋쩍게 웃습니다. 나도 속보이긴 마찬가지지만!)
그래요. 그때도 분명 비슷하게 여름을 보내었죠. 언젠가 주영이가 먼저 건네었던 말을 이번엔 당신이 말이에요.
황주영:"오~ 나연이가 그렇게 운동에 관심을 가질줄은 몰랐는걸? 뭐야뭐야, 우리 후배님. 잘보이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어?"
하며 짓궂게 웃었습니다. 나한테 부탁하면 전투민족처럼 굴려질걸~?
천나연:아하하, 방학이면 풀어지기 마련이잖아요. 작년 방학 때 좀 늘어져있던 게 생각나서... (약간 장난기 섞인, 동시에 멋쩍은 웃음과 함께 답합니다.) 선배랑 같이 하면, 그래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걱정 마세요, 저 엄청 열심히 할 거니까!
황주영:"하하! 그래? 그런 마음가짐이면 나 없이 혼자서도 잘하겠는데."
하하! 언제나와 같은 씩씩한 미소. 하지만 뒤이어지는 말에 아쉬운듯 작게 미소지으며 시선을 피합니다.
"선약이 있거든. 이번 방학때 아마 멀리 가야할거야."
...이상하네요. 열아홉의 주영이가... 학 때, 어딘가로 멀리 간 적이 있었던가요? 분명 과거 나연이와 주영이는 함께 마지막 열아홉의 여름방학을 보냈는데.
그래도 주영이가 악의를 가지고 당신의 말을 거절한것은 아닌듯 합니다. 아쉬워하고 미안해하는 표정은 진심이니까요.
....내가 기억하던 과거와 조금 달라졌습니다.
천나연:(어디서부터 달라진거지? 눈에 띄게 표정에 불안감이 묻어납니다. 그런 표정도 잠시 작게, 아쉽다는 미소를 지어보여요. 내가 뭔가 실수했나?) ... 그, 얼마나 멀리 가세요? 방학 내내 가시는 거예요?
황주영:"응. 부모님이랑 멀리 해외로 갈거같아. 어디인지는 자세하게 못들었지만. 여름방학 끝나기 직전쯤에.. 오지않을까?"
천나연:... 아쉽네요, 선배랑 방학에 또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작게 웃습니다. 마음 속이 잔뜩 술렁이는 느낌이에요. 입을 꾹 다물었다가) ... 아, 맞아. 혹시 선배 교실 앞에도 일사병 예비 방법 유인물, 붙어있었나요?
황주영:"응? 그건 왜?"
천나연:... (가만 주영이를 바라봅니다. 말해도 되는걸까? 하지만 여기서 미래가 더 틀어지면 어떡해?) 이번 여름은 엄청 덥겠다, 싶어서요. 읽어보셨나요?
황주영:"그냥 일사병 주의하라는거잖아? 하하! 걱정마, 나 운동하는거 알잖아? 물 자주마시고 있어"
이~런 기특한 후배를 둔걸 보면 나도 은근 복이 있다니까?
하하! 웃으며 나연이의 어깨를 툭툭 손올려 두들깁니다.
천나연:(말을 더 잇질 못한 채 그저 미소지으며 있다가, 주영이를 봅니다. 유인물 그냥 가져올 걸 그랬나.) 선배, ... 그, 오늘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셨던 질문인데. 갑자기 궁금해져서요. 이상한 질문 자꾸 드려서 죄송해요. 선배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면 뭘 할거예요?
황주영:"...나연아, 괜찮아? 너 오늘 조금 피곤한거 같은데"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눈빛. 하지만 이내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나는..."
그때, 다시 수업을 알리는 종이 칩니다.
복도에 서 있던 아이들이 모두 교실로 들어가고 복도에는 주영이와 나연이만이 남았습니다. 곧 선생님이 오실겁니다. 혼나기전에 돌아가봐야겠죠.
천나연:(주변을 둘러봅니다. 금방 오실텐데. 이렇게 붙들고 있다가 주영이마저 늦으면 어떡해요.) (주영이를 바라봅니다. 수업시간만 끝나면 다시 볼 수 있을텐데. 발걸음이 잘 떨어지질 않습니다.)
황주영:"이런, 하필 그 꼰대쌤 수업인데... 쉬는시간좀 늘려주지"
머리를 긁적이다가 나연이의 시선을 느낀건지 대답합니다.
"맞아, 나연아. 이따가 학교 끝나고 집에 같이 갈래?"
천나연:... 아, 네! 반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까요? (살짝 표정을 피고 웃습니다. 그래, 아직...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당신의 대답을 듣고 주영이는 호다닥 위층으로 향합니다. 우리에게 여름은 중요한 계절인데. 주영이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 듯 하네요.
과거에 무슨 문제가 생긴걸까요? 세상이 멸망하기까지 10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분명 적은시간이 아님에도 초조하게만 느껴집니다. 함께 있을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합니다.
당신 또한 교실로 돌아가면 선생님께서 시간에 맞춰 수업을 시작합니다.
선생님:" 수업 시작할거야. 다들 자리에 앉아. "
다시 조용한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퍼지고 연필이 사각이는 소리. 책장이 넘어가는 소음. 의자가 끌리는 잔잔한 소리들의 연속입니다. 매미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웁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수식처럼 떠다니는 구름들.
여름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
수업이 끝났습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청소 당번인 아이들은 교실에 남아 책상 아래와 교실을 쓸기 시작합니다.
집에 가기 위해 복도를 달리는 모습들. 한껏 시끌벅적한 소란이 지나고 교실문을 나서면 복도에 기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주영이가 보입니다.
천나연:(가방 끈을 꼭 쥐고, 쪼르르 다가섭니다. 왜이리 마음이 착잡한지, 함께해서 행복한만큼 불안합니다.) ... 선배! 많이 기다린 건 아니죠?
황주영:"아! 괜찮아! 우리 담임선생님 종례 긴거 알잖아"
방학 얼마 안남았다고 발랑 까지지말래~공부해라~지금이 너희인생의 중요한지점이다~일사병주의해라~ 등등. 그 잠오는 선생님의 말을 흉내내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그럼 돌아갈까? 집까지 바래다줄게"
천나연:(작게 키득거리며 웃습니다. 안심되는 느낌. 이렇게 마음이 마냥 풀려도 되는 걸지.) 네, 부탁드릴게요. (손가락을 조금 꼼지락거립니다. 방긋 웃는 얼굴로) 오늘 수업은 어떠셨어요? 날이 더워서인지 전 조금 더 잠오고 그러던데.
황주영:"체육시간때 너무 열심히 뛰었더니 다들 드러누운거 있지? 마침 수업도 수학이였고."
교문으로 나가면 주영이는 세워둔 자전거를 가져옵니다. 자전거를 타고가도 될터인데, 당신과 보폭을 맞추어 자전거를 끌고 점차 색을 잃어가는 푸르런 하늘 아래 나란히 걷습니다.
황주영:"다들 그래. 여름이잖아?"
천나연:네, 여름이니까요. (하늘을 가만 보다가 다시 주영이를 봅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해서인지, 비교적 선선하게 느껴지는 바람 하며... 꽉 옥죄듯 불안했던 마음이 약간 풀어집니다.) ... 맞아, 아까 질문 있죠, 뭐라 하시려 했던거예요?
황주영:"아까 질문? 뭐말이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 하긴, 너무 갑작스러웠던 질문을 수업종소리가 끊어버렸으니까요.
천나연:... 내일 지구가 멸망하면, 선배는 뭘 하실거예요? 수업시간에 그 얘기가 나왔어서, 궁금해졌었어요.
황주영:"아~ 글쌔, 별거있을까? 그냥 기억에 남는 장소에 좋아하는 사람이랑 가보고. 일찍 잠에 들까 해. 괜히 눈뜨고 있어봤자 심란할거같고."
교문을 나서고 집으로 향하는 길. 학교에서 들려오던 소리들은 멀어지다 이내 완전히 사라집니다. 골목을 지날 때마다 사람의 그림자가 옅어지고, 이윽고 단 둘만 남아 한산한 거리를 걷습니다.
아기자기한 까페, 뚜겅이 덮힌 배수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등지고 타박타박,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이 들리는 이 조용함 속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붉고, 노랗습니다.
우리의 여름은 푸르러야할텐데.
황주영:"세상이 멸망하면 딱 이런 풍경 아닐까?"
당신의 질문 탓일까. 문득 주영이가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립니다.
멸망 ….
그러고보니 나연이가 멸망의 끝에서 죽음을 맞이 할 때의 풍경과 비슷합니다. 그때의 기억이 나나요? 오직 절망밖에 없었던. 지구에 끝은 이미 정해져있었고 살아있는 것이 죽어있는것보다 가치가 없었던 때.
...당신은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면서 미세한 두통을 느낍니다. 세상이 불에 타고, 혹은 물에 젖어버리고. 폐허가 되고 ….
기억나지 않는 다양한 종말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눈 앞에서 휙휙 지나갑니다. [ SANc 1/1d3 ]
천나연:(... 문득 떠오릅니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지금에 덮어씌워져 잊고있던 때가. 그것도 하나의 현실이에요. 언젠간 찾아올, 그런 현실이요.)
SAN Roll
기준치:59/29/11
굴림:78
판정결과:실패
rolling d3
(
3
)
=
3
(59>56)
... 그럴 수도 있겠어요. 해가 뜰 때는 몰라도, 질 때는 어쩐지 하늘이 불타는 것 같아서... (두통에 저도 모르게 표정을 약하게 찌푸립니다. 금방 표정을 피지만, 왠지모르게 조급해져요.) ... 선배, 10년 뒤에는. 그땐 뭘 하고 지내고 있을까요?
황주영:"10년뒤?"
그말에 잠시 멈칫 합니다. 곰곰히 생각하는 듯 불타는 것만 같은 하늘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이네요.
"글쌔. 생각해본적이 없네. 그냥 어디 취직해서 기빨리고~ 연애도 해보고~ 그러지 않을까? 부모님한테 결혼하라고 잔소리도 들을거 같은데!"
10년 후에 이 평화로운 지구의 끝을 주영이는 모르는걸까요? 그 끝에서 천나연.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
천나연:(가만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작게 미소짓습니다.) 그때면 여름도 더 더워지겠죠? 지금도 이렇게 유인물이 나올 정도인데. (장난스런 미소를 보였다가도) ... 선배, 해외엔... 여행가시는 건가요? (꼭 가셔야하나요? 라는 말은 삼킵니다.)
황주영:"응, 이미 결정되어버려서 나도 뭐라 못하겠더라. 여행간다는 기분으로 다녀온다~ 하려고. 내가 말했었나? 우리집 관공서해서 어릴때 되게 여행 자주다녔다고."
지금도 여행다니는건 좋아. 모르는것, 처음 접해보는 것. 새롭게 보는것. 그런것들 모두 신기하고 재밌거든. 그래서 언제나 좋아할 줄 알았는데
"...왠지 이번에는 내키지가 않네."
조금 흐린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부드럽게 당신의 뺨을 쓸어줍니다. 그대로 손을 때지 못하며 묻습니다.
"...괜찮은거 맞지? 지금도 그렇고, 오늘 컨디션 안좋아보여."
천나연:(당신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이 너무나도 좋다고. 몇 번을 말해줬던가요.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 그 끈기까지. 들을 때마다 행복했는데. 마찬가지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 선배. (제 뺨을 쓸어주는 손에 살짝 고갤 기울여 댑니다. 속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에요.) ... 조금, 조금 피곤했나봐요. 오늘은. ... 안 좋은 꿈을 꿨어요.
황주영:"어지간히 지독한 꿈인가보네."
당신을 바라보며 그리 말합니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머뭇거리다, 이내 천천히 당신을 안고 가볍게 토닥여줍니다.
"들어가서 푹쉬어. 곧 방학이잖아."
그리고 당신에게서 멀어지기 전, 손을 잡고 당신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 내일 만나자 ' 라고 쓰며 웃습니다
어느새 당신의 저택 앞. 당신을 바래다주고 자전거를 타고 온 방향 반대편으로 사라지는 황주영. 전깃줄이 만들어낸 엉킨 그림자가 유독 눈에 띕니다.
주영이의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며 당신은 다시 두통을 느낍니다. 정신력판정
천나연:(품에 안기자 순간 목 끝까지 차올랐던 말이 터져나올 것만 같아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이 그저 미소지었습니다. 멀어져가는, 흐려져가는 그 모습을 가만 보자니 견디기가 힘들어집니다. 당장 하고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은데.)
정신
기준치:60/30/12
굴림:41
판정결과:보통 성공
일사병이라도 걸린걸까요? 자꾸만 머리가 아파옵니다. 이제는 거의 다 저물어버린 노을을 바라보면 생각나는 10년 후의 미래. 그 미래에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거겠죠.
내일은 우리들의 여름에 대해서 말해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
다음날
다시 학교입니다. 학교는 어제보다 더 소란합니다. 바로 내일이 여름 방학이니까요. 아이들은 방학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보입니다.
오늘은 방학식 바로 전 날이라 수업도 정상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은 자습을 주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셨고, 아이들은 주어진 자습에 서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습니다.
나연이의 주변에도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아이들은 당신의 책상을 둘러싸고 앉아 대화를 나누네요
친구1: 방학 때 뭐할지 정했어?
친구2: 오빠가 그러는데, 고2 여름방학이 제일 중요하대. 마지막으로 방탕하게 놀수있는 여름이라고
천나연:(전날의 찝찝함이 영 가시질 않았습니다. 양 손으로 팔을 괴고 친구들의 이야길 듣습니다..)
친구3: 여름방학이고 뭐고 대학이나 붙었으면 좋겠다...
친구1: 야, 벌써부터~~ 나연이도 노잼이라고 정색하잖아
친구2: 맞아! 나연아, 넌 방학때 뭐할거야?
천나연:아, 그런거 아니야..! (움찔 하고 손 내리곤) 으음... 방학이니까 맘 다잡고 운동이라도 해볼까 했었는데. ... 날도 덥다니까 그냥 집에 있어야 할까봐.
친구1: 꿈이 없어, 꿈이! 난 남친이나 만들고 싶다~
친구3: 대학.. 붙었으면 좋겠다.. 2년밖에 안남았잖아...
친구2: 에이, 누가 그러잖아. 우리때가 제일 중요하다고. 향후 10년을 결정한다나, 뭐라나?
친구1: 헉! 그럼 나 지금 남친사귀면 10년까지 가는거야?
천나연:아하하, 그래도 한달이나 되니까, 공부든 놀든, (친구 1 보고...) 음, 남친만들기든... 할 시간은 많겠지. 응.
친구3: 야, 니가?? 니가??? 너 애인사귀면 내가 옆에서 고기굽고 장구친다
천나연:(업보의 기운이 느껴진다.) (미래를 아는 사람은 입을 다뭅니다.)
철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미래로 향합니다. 3년 뒤. 5년 뒤. 10년 뒤 …. 10년 뒤의 미래가 어떨지 알고 하는 소리는 아닐테죠. 하지만 우울한 미래를 알려줘서 굳이 좋은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을겁니다.
10년전의 당신 역시, 10년 후가 그렇게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듣기판정
천나연: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65
판정결과:실패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반 아이들이 워낙 시끄럽게 떠들고 있어 나연이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나연이를 둘러 싼 반 아이들의 목소리까지 더해졌으니.
천나연:... (주변을 슬쩍 둘러봅니다. 무슨 소리였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던 나연를 향해 반 아이중 한명이 나연이를 부릅니다.
친구:"야! 천나연! 항상 오는 그 선배왔다."
소리가 들려 돌아보면 그 아이는 복도 창문 밖을 가리킵니다. 그곳에는 주영이가 서 있습니다.
천나연:아, 고마워.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교실 밖으로 살며시 나옵니다.) 선배, 안녕하세요!
당신이 주영이를 보기 위해 교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눈에 띄는게 있습니다. 칠판에 붙어있는 유인물. 하지만...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천나연:... 어... (시선이 슬쩍 돌아갑니다. 무언가 바뀌었나요?)
...유인물에 적힌 안내글은 어제와 조금 달라져 있습니다.

<유인물>

일사병 예비 방법 ( 멸망까지 앞으로 2년 )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시 모자 착용. 가벼운 옷차림. 생수를 소지하시기 바랍니다.

물을 많이 마시되 카페인이 들어가거나 너무 단 음료, 주류등은 마시지 않도록 합니다.

멸망이 시작되기까지 앞으로 8년.

반복되기까지 앞으로 8년.

탈수등의 이유로 소금을 섭취할시 의사의 처방을 따르도록 합니다.

10년 후의 미래가
8년으로 바뀌었습니다. [SANc 0/1]
천나연:... 8년..? (2년이 그 새에 사라졌다고? 대체 왜? 안색이 약간 창백해집니다.)
SAN Roll
기준치:56/28/11
굴림:1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대체 이유가 뭘까요? 분명 10년후여야 하는데 …. 이유를 알 수 없던 지구의 마지막이 2년이나 앞으로 당겨졌습니다.
천나연:(유인물을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조심스레 떼어 손에 들어봅니다.) (그러곤 주영이에게로 가요.)
밖으로 나가자 더운 바람이 훅 끼쳐옵니다. 교실 안에만 있어서 잘 몰랐는데, 여름의 더위가 한층 더 가까워진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황주영:"아, 나연아."
"푹 쉬었어?"
조금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안색을 살핍니다. 하긴, 어제 그렇게 헤어졌으니 걱정할만도 하겠죠
천나연:(오늘은 컨디션이 좀 괜찮을 줄 알았는데, 8년, 그 한 단어에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애써 웃어보이고는) 네, 어젠 평소보다 일찍 자서 정말 푹 잔 것 같아요. ... 선배는요? 오늘 많이 더운데. 컨디션 괜찮으세요?
황주영:"하하! 나야 쌩쌩하지. 푹 잤다니 다행이네, 넌 가끔씩 아무렇지 않게 무리하니까."
씩씩한 대답과 웃음. 그리고 당신의 뺨에 차가운 물병이 닿습니다. 얼음이 들어있는 물병을 주영이가 장난스럽게 당신이 뺨에 댄 채 말하네요.
"덥지? 어제도 많이 더웠으니까 그것 때문에 악몽꾼게 아닐까 싶어서."
천나연:(움찔, 놀랐다가도 손을 겹쳐 올리며 작게 소리내어 웃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정말. 날이 더워서인지 조금만 차가운 걸 만져도 움찔움찔 놀라게 되네요. (물병을 조심스레 떼자, 닿았던 부위가 발그레 물들어있어요. 곧 시선을 잠시 내리깔고 고민하다가 떼어온 유인물을 살짝 들어보입니다.) 있죠, 선배. ... 이거, 이상한 점 없나요?
황주영:"응?"
유인물을 받고 살펴보다가... 당신에게 등돌려 앞뒤 뒤집어 살펴봅니다. 이윽고, 다시 등돌아 당신에게 유인물을 건네주며 말하네요.
"우리 교실에 붙어있는거랑 같은데? 학년마다 다른점이 있나 궁금했던거야? 하하!"
웃으면서 한손으로 당신의 뺨을 안아프게 꼬집고 쪼물거립니다.
"온게 있으면 가는게 있어야지. 나도 부탁하나만 해도 될까?"
천나연:... (우리반 애들도 하긴 아무 말이 없었는데, 안 보이는걸까? 여러모로 복잡한 눈을 하고있다가, 제 볼이 꼬집어지자 다시 시선을 올려 주영이를 바라봅니다.) 네, 네. 부탁이요?
황주영:"수업 안하지? 교무실 심부름으로 강당에 의자 놓아둬야하는데 혼자하기엔 양이 조금 많아서."
어제 몸쓰고싶어했잖아? 운동은 아니지만 우리 후배 생각이 나더라고! 하며 짓궂게 웃습니다.
천나연:(가만 이야기를 듣다가 후후 웃습니다. 그래, 마냥 우울해하고있으면 안되는데.) 자습시간이긴 하지만, 선배 부탁이라면 잠시 빠져나와도 괜찮겠죠? (하고 고개 끄덕입니다.)
황주영:"당근빳다지. 뭣하면 내이름 팔아! 고3이라 봐줄걸?"
하여간 고3한테 이런일 시키는 선생님도 정말 약았다니까.
분명 내일은 방학식이었죠. 뜨거운 햇빛을 피해 강당에서 하기로 했던거 같습니다. 의자를 놓아두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당신과 주영이는 강당으로 향합니다. 푸른색 복도를 넘고 계단을 내려갑니다. 본건물과 이어진 강당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지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
끼이익-
열려있는 강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다란 공간이 둘을 맞이합니다. 이미 몇명이 앞줄과 뒷줄의 의자를 놓아두고 간 모양입니다. 강당 뒤에는 펼쳐 두어야 할 의자들이 접혀진채 놓여져 있습니다.
황주영:"저기 두번째 줄이랑 다섯번째 줄만 세우면 될거같아. 내가 두번째 줄을 할테니 나연이가 다섯번째 줄을 맡을래?"
천나연:네, 다른 줄은 안 세워도 되나요? (강당 뒤쪽, 접힌 의자들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정말, 혼자 하기엔 너무 많은 양이긴 하네요!)
황주영:"다 세우고 남은 여덟번째 줄은 같이 세우면 되겠는데. 하하! 다른 애들이면 누가 먼저 빨리 세우나 내기해도 재밌을거 같은걸."
걱정마, 이따가 다른 애들 더 올거야. 지금도 앞줄과 뒷줄 누가 세워놓고 갔잖아?
천나연:(의자 두 개를 조심스레 듭니다.) 이렇게 보니까 강당은 정말 넓었네요. 작년엔 몰랐는데, 선배들이 세우던 거였구나...
황주영:"가끔씩 이렇게 힘쓰게 하지 않으면 고3들은 정말 학교를 박살내버릴지도 모르거든"
하하, 그렇게 농담하며 두번째 줄로 향합니다. 달칵. 의자를 세우네요.
"...방학때 보고 싶을거야."
의자 놓는 소리와 두사람을 빼곤 아무도 없는 이 공간에 주영이의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천나연:(다섯번째 줄로 가, 의자를 줄맞춰 세웁니다. 그러다가 그런 목소리에 고갤 돌려 주영일 봐요) ... 저도요. 한 달 동안이나 선배 못 볼 생각하니, 방학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수도 있나봐요.
황주영:"하하, 그러게. 내가 아주 가는 것도 아닌데..."
등을 보인 채 의자를 펴는 주영이의 웃음소리와 발소리가 빈 강당 안에서 울려 퍼집니다. 일부로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 하지만, 당신의 기억에 남은 10년의 세월이 주영이가 숨기고 싶은 표정을 지을때만 내게 등을 돌린다는 걸 기억하고 있겠죠. 어떤 표정일까요, 씁쓸한 표정일까요.
천나연:... 돌아오시면 꼭 연락 주세요. (지금 이런 제 표정을 보여주고싶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한 달 동안. 어쩌면 더 오래. 보지 못 할 모습이라 생각하니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유인물의 내용. 환각을 본 거라 생각하고싶은데. 모든게 빠르게 진행되고있어요. 당신을 볼 날도, 어쩌면...) (의자를 마저 세우고는 주영이를 바라봅니다.) ... 두번째 줄도 다 되어가나요~?
황주영:"물론이고말고. 기념품이라도 사올게!"
당찬 대답이지만 여전히 얼굴을 보이지 않습니다. 촥, 하고 의자를 펴고 놓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립니다.
"벌써 끝났어? 한살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내가 늙었나... 하하! 내기 안하길 잘했는걸. 정말 운동하면 잘하겠는데?"
그런 평화로운 대화가 이어집니다. 강당에 놓인 의자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바닥에 얽혀 거미줄같이 퍼져 있고 그 위로 둘의 모습이 방향을 달리한채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두번째 줄에서 첫번째 줄로 가는 걸음. 다섯번째 줄에서 세번째 줄로 가는 걸음.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앞으로. 뒤로. 우리들이 밟았던 바닥을 표시할 수 있다면 분명 꽤 아수라장이 되겠죠.
그런 잔잔한 대화 뒤, 길고도 짧은 침묵이 이어집니다. 그런 정적을 깨트리듯, 두번째 줄 마지막 의자가 놓이며 주영이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무덤덤하게, 혹은 별 감정 없다는 듯이. 당신을 바라보던 그녀의 시선이 당신에게서 벗어나는 그 순간 피어오른 애틋한, 그리운. 하지만 더없이 쓰고 눈물진 미소와 함께. 문득 말을 꺼냅니다.
황주영:"나연씨."
"그때. 죽게해서 미안해요."
...주영이의 목소리는 이 넓은 강당을 울리기엔 너무나 작았지만 다섯번째 줄에 서 있는 나연이에게는 매우 또렷합니다.
천나연:... (숨이 턱, 막히는 기분.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예요? 10년 전의, ... 아직 그 날이 오기 전까지 8년이 남았는데. 사실, 사실...) ... 다 알고있던 거였어요? (어깨에 약간 힘이 들어갑니다. 저 한 마디에, 속에서 차갑게 끓던 감정들이 목 안에서 터지는 듯한 느낌에 표정이 슬픔이 순식간에 번져나갑니다.) ... 다 기억하고 있어요?
황주영:"...기억하고 있어요. 나연씨도 기억하고 있는거죠? 10년 후에 어떻게 될지."
"....많이 아팠죠?"
천나연:... (손이 떨립니다. 뭐라 대답해야할지, 말문이 막혀버립니다. 그래도,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서.) ... 다 기억하고 있어요. 그 때의 일도, 그 전의 일도. 그런데... (울음섞인 목소리가 약간 떨립니다. 짧게 심호흡하고는) ... 앞으로 8년, 어쩌면 그보다도 안 남았어요.
황주영:"...당신과 만났던건 내 삶에서 가장 잘한일이라 생각해요."
철제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납니다. 강당 창문을 가려 놓았던 얇은 커튼이 흔들릴때마다 작은 입자 먼지들이 햇빛에 모습을 드러내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의자에 두 팔을 기댄 채, 지금은 없는 왼손의 약지를 두 손가락으로 매만집니다. 원래 반지가 있었을, 부부의 연을 상징하는 반지가 있었을 자리를 만지며 주영이는 웃습니다.
"그럼 그것도 생각나요?"
"우리가... 너무 많이 죽었다는 것이요."
주영이의 말 한마디에 강당 안에서 불어오던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만 같습니다. 어떻게 주영이도 미래를 기억하고 있는걸까요? 너무 많이 죽었다니요?
강당 벽에 붙어있는 달력이 보입니다. 푸른 달력은 여름의 어느 날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관찰판정
천나연: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93
판정결과:실패
...나연이는 주영이의 말을 도통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당신의 기억에는 10년 후. 그러니까, 단 한 번의 죽음밖에 남아있지 않은걸요.
이해할 수 없음에, 받아들일 수 없음에 다시 머리가 아파옵니다. 어제와 똑같은 증상입니다. 맥박이 빨라지고 심박수가 높아집니다. 어지럽고 흐릿한 시야. 주영이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천나연:... 너무 많이, 요? (숨이 떨립니다. 무슨 말을 하는거예요?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당신 외엔 너무나도 흐려요. 시선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다가가고싶은데, 더 가까이 있고싶은데.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질 않아요.)
...주영이는 다가와 당신을 의자에 앉힙니다. 높은 체온을 가진 나연이의 피부 위로 주영이의 손바닥이 닿았다가 떨어집니다. 당신의 앞머리를 넘겨주는 당신의 반려자는 앉아있는 당신과 시선을 맞춥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시선을 맞춥니다.
듣기판정
천나연: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99
판정결과:실패
강행...?
천나연:(네...)
롤...
천나연: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1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황주영:"...몇번이나 세상이 끝나고 다시 시작되었는지, 이젠 나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무너지는 지구를 다시 돌려놓기 위해... 계속해서 과거로 시간을 돌렸어요."
당신 앞에 무릎꿇어 당신의 손을 잡아줍니다. 더없이 소중한, 나의 부인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언제까지 우리가 과거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나연씨. 나연씨가 미래를 기억한다는건, 10년 후 있을 멸망 땐... 나연씨가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한없이 부드럽게, 허나 그 어느 무엇보다 깊고 씁쓸한 슬픔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손에 끼워져 있어야 했을, 허나 지금은 없는 당신의 왼손 약지 부분을 손으로 훑으며.
주영이의 목소리가 강당에 울립니다.
황주영:아무도 없는
둘만 있는
고요하고 넓은 강당을 공허히 울립니다.
...물어볼 것이 많습니다. 물어봐야 하는 것도요. 하지만 당신의 머리에는 기억되지 못했던 장면들이 끊임없이 상기되고 있습니다
세번째 멸망했던 지구. 네번째. 일곱번째. 열 두번째. 스물 한번 째 …. 그리고 그때마다 봐왔던 주영이와 자신의 '달라진' 모습들.
스물 초반의 모습. 스물 다섯때의 모습. 갓 성인이 되었을때의 모습. 그때마다 반드시 '지구는 멸망해서' 우리들은 계속해서 과거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지금의 모습도 그 '돌아온' 과거일테죠. [SANc 0/1]
천나연:
SAN Roll
기준치:56/28/11
굴림:88
판정결과:실패
(56>55)
...그때마다 주영이는 어느 순간부터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나연이의 손바닥에 인사말을 적곤 했습니다. 지금 이 지구가 무너져 내려도 우린 또다른 과거에서 또 다시 볼테니까.
너무 많은 정보들로 시야가 어두워집니다. 열사병의 증세처럼. 스스로의 심장소리가 귓가에세 쿵. 쿵. 널뛰기를 하듯 들려오고 올라간 몸의 열 때문에 온 몸이 화끈거립니다.
천나연:(마주잡은 손. 그 손을 당겨 손 끝에 짧게 입맞춥니다. 그러고는 그 손을 제 볼에 꼭 대요. 더 이상 무언가, 떠올리기 힘듭니다. 이제 어쩌지? 하는 생각도 울렁이며 머릿 속에 울려, 옅어지는 기분이에요. 나는...) ... 함께, 있고 싶었어요. 마지막까지도... (숨이 깊어집니다. 괴로워요, 이 열 때문에? 아니면 이 현실때문에? 너무 괴로워요.)
황주영:"...나도 그래요. 같은 마음이었어요."
당신의 뺨을 어루어만져주며, 이마를 맞댑니다. 꼭 잡은 다른 한손을 놓고 손바닥에 적어내려가려던 동작을 멈춥니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질거에요."

....주영이의 다정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온기. 그것을 마지막으로 당신은 그대로 정신을 잃습니다

--
누군가 당신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얇은 글씨를 쓰고 있습니다.
눈을 떠서 보고 싶지만 쏟아지는 잠은 유혹적이고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뭐라고 쓰고 있는거죠? 집중하여 손에 쓰고 있는 글자를 어림잡아보면 나타나는 글자는 …
내일 만나자 .
....
..
나연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땐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곳은 학교 보건실입니다. 하얀 베개와 이불이 당신을 덮고 있습니다.
다섯개의 보건용 침대가 놓여있지만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연이가 누워있는 침대의 오른쪽에 커튼이 쳐져 있습니다.
천나연:(눈을 천천히 뜹니다. 여기까지 데려와주신건가?) (약간 조급하게 주변을 둘러봅니다. 커튼을 조심스레 걷으며 침대에서 내려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죠?)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밖으로 나가면.. 책상에 앉아 계시던 보건선생님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보건선생님:"몸은 좀 괜찮니?"
천나연:아, 네. ... 오래 잤나요?
보건선생님:"조금 됐지. 주영이가 널 업고 여기까지 왔어. 방금전 까지 네 옆에 앉아있었는데 교무실에서 부르길래 잠시 자리를 비운 참이야."
"담임 선생님껜 내가 말해둘테니, 오늘은 이만 집에 가서 쉬렴."
천나연:... 감사합니다. (정신이 드니 혼란스러운, 착잡하면서도 반가웠던 그 마음이 다시 피어오르는 듯 합니다. 살며시 목례하고는 보건실을 나섭니다.) 교무실... (주변을 살짝 둘러보다가, 교무실쪽으로 향합니다.)
보건선생님:"잠깐, 이름은 적고 가야지"
파일철을 내미네요. 그렇죠, 보건실 이용확인이죠
천나연:(움찔, 멈춰서곤 돌아옵니다. 그렇지. 앓아누웠었으니...) (이름과 반을 적습니다.)
보건선생님:"열사병. 주의하고, 알지?"
시원한 물과 해열제를 건네준 뒤, 나가보라며 손짓합니다.
천나연:네, 감사합니다. (작게 힘빠진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양 손에 하나씩 꼭 들고 보건실을 나서요.)
복도를 나오자 또 다시 여름의 습도가 나연이를 감싸안습니다. 보건실 앞에 있는 투명한 유리창문 밖에선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학교를 감싸고 있는 푸른 나뭇잎들. 위험한 직선과, 교차하는 선들을 가진채 존재하는 그림자들. 우리들의 10년전 여름은 이렇게 푸른데 왜 10년후의 여름까지 푸를 수는 없는걸까요?
밖을 보다가 교무실로 향하려던 당신은 지나가던 한 학생과 마주칩니다. 분명.. 주영이가 반에 찾아올때마다 알림역할을 해줬던 얘였죠
친구:야, 너 괜찮아? 쓰러졌다면서
천나연:... 아, 응. 좀 자니까 나아졌어. (멋쩍게 웃습니다.) 날이 더워서 그랬나봐.
친구:조심좀 해라. 나눠준건데 너 없어서 선생님이 전해달래
(그렇게 말하며 친구는 당신에게 유인울믈 건네주네요.)

<유인물>

일사병 예비 방법 ( 멸망까지 앞으로 2년 )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시 모자 착용. 가벼운 옷차림. 생수를 소지하시기 바랍니다.

물을 많이 마시되 카페인이 들어가거나 너무 단 음료, 주류등은 마시지 않도록 합니다.

멸망이 시작되기까지 앞으로 4년.

반복되기까지 앞으로 4년.

탈수등의 이유로 소금을 섭취할시 의사의 처방을 따르도록 합니다.

천나연:... (유인물을 보고 눈을 살짝 크게 뜹니다. 또, 또...) ... 고마워.
4년. 세상은 빠르게 멸망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왜 멸망이 이렇게 가까워지는걸까요? 과거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SANc 0/1]
천나연: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89
판정결과:실패
(55>54)
친구:쯧, 어쩌냐. 하필이면 여름방학때 전학을 간다니. 그 선배도 인생 참...
얘긴 잘 나눈거지? 너 친했잖아. 3학년에 그 인싸 선배님이랑
천나연:... 전학간다고? 주영 선배가? (움찔 놀랍니다. 이런 일이 이전에, 있었던가.)
친구:어? 몰랐어? 전학간다고 하던데? 졸업이라도 하고가면 좋을탠데.. 미안하다야. 너 그 선배님이랑 친하길래 당연히 알고있을거라고만...
아..아무튼 전해줬으니 간다??
천나연:... (멍한 눈으로 멈춰서있다가, 바로 교무실로 향합니다. 이게 무슨 얘기예요, 이런 말은 없었잖아요.)
...학생은 멀어집니다. 당신은 교무실로 향합니다. 이건, 확실히 다릅니다. 내가 기억하는 10년전의 과거와는.
그렇다면 다시는 보지 못하는걸까요? 다시는 만나지 않으려고 그러는걸까요? 갑자기 왜요, 내겐 왜 말해주지 않은거죠? 당신은 혼란스러운 생각을 품은 채로 교무실 앞에 도착합니다. 듣기판정
천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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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50/25/10
굴림: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
천나연:(?)
선생님:" 너무 갑작스럽게 가게 된 거라 친구들한테 제대로 인사도 못하겠네. 아이들하고 인사는 다 했어? "
황주영:" 괜찮아요. 다 인사하고 왔어요. "
선생님:" 그래. 내일 방학식엔 …. "
... 다 인사 하고 왔어요. 라고 말하는 주영이의 목소리가 교무실 안에서 들립니다. 잠깐의 짧은 대화 끝에.. 다른 말이 이어집니다
선생님:" 가는 김에 이것 좀 미술실에 놓아두고 갈래? 내일 방학식에 사용할건데 교무실에는 자리가 없어. "
황주영:"하하, 알겠어요."
주영이의 대답과 함께 교무실 문이 열립니다. 교무실 안에서 나온 주영이와 앞에 서 있던 나연이가 만납니다.
천나연:... 선배. (주영일 가만 봅니다. 도저히 웃을 수가 없는 상황인데, 버릇처럼 옅게 웃습니다.) ... 저, 그게... ... 의무실까지 옮겨주셔서 고마워요.
황주영:"......."
아무 말도 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손에 든 짐이 무거울 탠데도, 아무말 없이 당신을 바라보던 그 시선이 그림자의 방향이 달라질 때, 짧은 물음과 함깨 당신에게 꽂혀옵니다.
"몸은 괜찮아?"
그저 담담해보입니다. 슬퍼하지도않고, 미안해 하지도 않는것 같습니다. 나연이가 알던 10년 후의 주영이는 이러지 않았는데. 10년 전, 여름에 서 있었던 주영이의 모습은 분명 이렇지 않았던것 같은데.
천나연:... 네, 푹 잤더니 나았어요. (그 모습에 애써 침착하려 노력합니다. 할 수 있어, 울지 마. 조금만 더 버텨.) ... 전학가신다는거, 진짜예요? ... 왜... 왜 그렇게 된 거예요?
황주영:"........."
대답이 없습니다. 대신 당신을 지나쳐 걸으며 말합니다.
" … 미술실 갈건데. 같이 갈래?"
천나연:... (입을 꾹 다뭅니다. 대체 왜... 대체 왜예요?) (제 손에 들린 유인물을 살짝 보았다가) ... 네, 조금 들어드릴까요?
황주영:"괜찮아. 손이 빈사람이 있어야 문을 열어줄 수 있잖아?"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곤, 당신과 함께 미술실로 향합니다. 소란스러웠던 학교가 잠잠해진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아무도 없는 빈 학교 안을 걷고 있는걸까요?
창 밖을 바라보자 운동장을 가로질러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운동장에 서 있던 골대와 나무들이 길게 늘어집니다. 해는 다시 아래로, 아래로 ….
파란색이었던 우리들의 모습은 다시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얼룩덜룩입니다.
천나연:(언제나 아름답다 생각한 이 색깔이, 당신과 함께라면 뭐든 아름다울 줄 알았던 그 풍경이. 이토록 위협적이고 두렵게 느껴진 것은 처음입니다. 주영의 표정을 살피며) ... 무슨 일 있었어요?
황주영:"아무일도."
그저 딱딱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마치 대화를 피하는 것 같은 어색한 거리감. 오히려 시선은 앞만 본 채 발걸음을 더 빨리하고 걷지만.. 어째서인지 딱딱하고 당장이라도 부러질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실수로 누군가 섞어 놓은 것만 같은 붉은 물감을 묻힌 것만 같은 모습으로 미술실 문이 열립니다.
천나연:... (속이 쓰립니다. 대체 왜 피하는 거예요? 뭔가 잘못했나요? 제가 가까이 있는 게 그리 큰 폐가 되던가요? 불안한 마음에 저도 입을 다물어버립니다. 무언가 말을 해야하는데, 말을 해야, 그래야 나아갈 수 있는데.) ... 제가 알면 안 되는 일인가요?
황주영:"......."
그저 묵묵히, 미술실에 들어온 주영이는 선생님께서 건네 준 박스를 책상 위에 올리고 하나 둘 정리를 시작합니다. 물어야 할게 많은데, 왜 고집스럽게 입을 닫고 있는걸까요.
멸망의 시간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모든게 변할지 몰라요. 변한 채로 아무 의미도 없는 지구의 끝을 보게 될 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의미 없이 늘어져 가다 끊기기 직전, 문득 주영이가 입을 열어 묻습니다.
"...몇년남았나요. 세상이 다시 끝나기 까지 말이에요."
천나연:(그 침묵 속에서, 끝없이 어두운 곳으로 몸이 잡아끌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불안한데, 무언가 힘이 되어주고싶은데. 지금 자신이 할 어떤 행위가 당신에게 해를 끼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만 얕게 맺혀갑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고갤 듭니다.) ... 4년이요. ... 너무나도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고있어요. 대체, ... 왜...
...선생님이 건네준 박스에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흰 도화지에 크레파스나, 물감. 먹과 색종이 같은 것들로 꾸며놓은 다양한 그림들이 주영이의 손에서 정리되었다가 사라졌다가, 펼쳐졌다가를 반복합니다.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척 묻는것 같습니다. 멸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도. 과거가 달라졌다는것도. 우리들의 사이가 그때처럼,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것 처럼.
황주영:"...같이 있어서 그래요."
우리 둘이, 같이 있어서 그래요.
"...10년 후의 미래를 알고있는 사람이 이렇게 가깝게 붙어있어서 그래요."
물품을 정리해가던 손길이 파르르 떨립니다. 서서히 동작을 멈추고, 그저 슬프게 파르르 떱니다.
"...위태롭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우리가 멀어지면...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갈거에요. 멸망이 다가올 시간이 정상적으로 돌아갈거에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주영이의 목소리는 덤덤합니다. 하지만 어째서, 손끝만 내려앉아도 깨져버릴듯 얇고 투명해 보이기만 할까요. 저 말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섞여있을까요.
천나연:... (그 말에 잠시 벙찝니다. 우리가 붙어있어서? ... 정말 그것 때문에?) ... 그래서 떠나려 한 거예요? 말도 없이..? (원망이 담겨있는 말은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그저 너무나도 속상해서. 이런 운명이 너무 슬퍼서. 결국 피할 수 없는 미래를 늦추려 헤어져야한다니. 내가 아는 그 미래들은 다시는 올 수 없는 미래라니.) ... 어떻게 아신 거예요?
황주영:"...제 차례였으니까요. 나 이전에 다른 수많은 사람이 그러했고, 이번엔 제가 선택되어 몇번이고 많은 시간을 반복했으니까요."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덤덤하고, 초연한 한 미소, 공허하고도 흐릿한 미소.
"멸망을.. 막을 수 없었어요. 인간의 능력에서 한참 벗어난 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과거속에서나마, 멸망을 반복해서라도. 그렇게라도 살고싶었어요. 살아있으면 했어요."
당신이.
내게 무엇보다 소중한 당신이.
조금이라도 더, 10년만이라도 좋으니까. 살아있으면 해서.
황주영:"나연씨가 기억하는건.. 나연씨가 제 다음차례이기 때문이에요."
천나연:... (말을 잇질 못합니다. 입을 다문 채로 가만 당신을 바라봐요. 이대로 괜찮은거예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정말로 이대로 가도 되는걸까? 물론 더 함께 있고싶어요. 아직 함께 하고싶은 일도, 보고싶은 것도.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다 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데.) ... 그래서 선택해야한다 하신건가요?
(제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아요.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다가오는 것도요.) ... 저는... (끝없는 무력감. 버티고 서 있기가 힘듭니다. 눈물 탓에 시야가 붉게 번져 고개를 푹 숙입니다.)
황주영:"선택이고 뭐고, 이게 맞는거에요. 이게 옳은거라고요. 우리가 떨어져야해요, 그래야 원래대로 되돌아가요. 10년 뒤로요."
...정해진 멸망을 바꿀 순 없어요. 하지만.. 하지만 조금 덜 슬퍼질수는 있잖아요. 지금 이 이별만 참으면... 더 안아플 수 있잖아요.
"...더는 나연씨가 죽는 모습을 보기 싫어요. 이젠...이젠 더는 싫어요. 몇번이고.. 몇번이고 제 이름을 부르며 죽어가는... 당신의 모습이 이제는 눈을 뜰때마다.... 악몽으로 나타나는데......."
덜덜, 서서히 목소리가 떨려옵니다. 어떻게든 틀어막았던 감정이 목밖으로 세어나와 후두둑, 눈물을 떨굽니다.
천나연:... 죄송해요, 선배. ... 죄송해요, 주영씨. (다가가고싶은데. 그랬다간 당신이 더 괴로워할까봐. 이렇게나 거리륻 두려 애를 쓰고있는 그런 당신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일까봐. 한 걸음, 내딛은 다리를 멈춥니다.) (이기적인 건 알지만, 당신이 괴로워할 대답일 지도 모르겠지만. 조심스레 다가와 끌어안습니다.) ... 제 감정이 세상보다 소중하다는 그런, 책임감없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 그 때보다, 그 전보다. 또 그 이전보다. 주영씨가, 당신이. 떠나가는 이 순간이 가장 고통스러워요. ... 그런 악몽으로 나타나서 죄송해요. 계속, 고통만 주는 망령으로 나타나 죄송해요...
황주영:"...나연씨"
꽉 진 주먹이 파르르 떨립니다. 당신을 아프게 만드는 내가 너무나 밉습니다. 아프게만 만드는 내가 너무 밉습니다. 서로 함께하고 사랑할 시간도 너무나 부족했는데. 왜, 왜 우리의 미래는 약속된 비극만 기다리고 있는걸까요.
"...나연씨만큼 소중한건 없어요. 세상이 멸망하든 말든.. 난... 난 상관 없어요. 나도 당신만...당신만 있으면 되요.... 하지만.... 당신이.. 난 당신이 죽지 않았으면 해요... 죽지 않았으면...한단말이야......"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쥡니다. 손가락 틈새로 흘러나오는 눈물과 감정이 너무나 뜨겁습니다.
"10년만이라도 좋으니까... 살았으면 해요... 비록 당신과 내가 떨어져 있게 된다해도...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당신이 살았으면 해서 나는....."
천나연:... 당신이 없는 삶이 어떻게 삶이라 할 수 있어요. ... 우린 서로의 반을 나누어가졌는데. 어떻게 반쪽이, 혼자 살아가요... (꾹, 힘주어 끌어안습니다. 목 아래의, 아니면 그 안쪽이 울음에 부풀어 터질 것만 같습니다.) ... 사랑해요. 누구보다도 사랑해요. 그래서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괴로워요. 고통스러워요. ... 가지 말아요, 제발... ... 약속된 미래라면 그 순간까지도 함께하고싶어요. (심장 안쪽에서부터 올라오려하던 말을 겨우 입 밖으로, 밀어내어 꺼냅니다.) 여보. ... 여보. 제 삶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예요.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 약속했잖아요. 우리.
황주영:왜, 왜 그렇게 얘기해주는건가요. 나는 당신을 위해 당신을 떠나겠다 마음먹었는데.
"싫어요... 싫어요, 왜 그렇게 말하는거에요... 왜 그렇게 말해주는거에요... 나는.. 나는 더 아프고싶지 않아요.. 더 슬퍼하고 싶지않아요.. 대답하지않는 당신의 시체를 끌어안고.. 더는...더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기 싫어요......"
당신을 위해서라며 변명하고 합리화하고. 결국 더는 당신의 죽음을 볼 수 없기에 도망치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따스하고 부드럽게 나를 타이르는건가요.
몇번이고 기억해주었으면 해서 당신이 내게 속삭였던 말을 속삭이고 같은 반지를 끼워주고 그 이상의 사랑을 속삭였어도 언제나 결과는 같아서. 그것이 너무나 지쳐버려서, 도망가고 싶은데.
이제야 기억을 가진 당신이, 겨우 떠나기로 마음먹은 나를 붙잡는 건가요. 당신은 어찌 이리도, 왜그렇게. 따듯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
"...여보의 말대로, 우리가... 진짜 서로의 반을 나누어 가졌다면... 서로가 보이지 않는곳에 있어도 잘 살거에요. 그럴거라 믿어요..."
황주영:당신의 손을 잡고 제 뺨에 부빕니다. 이 상냥한 손길을 마지막으로 삼고자. 더는 흔들리고 싶지 않아서. 더는 울고 지치고 좌절하고 싶지 않아서. 희망이 꺽인 나는, 이젠 당신의 사랑조차 두렵기만 해서.
"....미안해요. 내일봐요 여보."
당신을 지나쳐 도망치듯 미술실을 떠나버립니다.
....도망친 주영이가 있던 장소 너머로 어제와 같이 선명한 노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던 물건들을 내버려둔채, 울고있는 당신을 내버려둔채.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말이 없습니다. 내일 또 보자는 말을 우리들만 알아 볼 수 있는 말로 손바닥에 적는 행동도. 웃으며 헤어지고, 내일을 기약하던 그 인사도. 노을에 길어지던 우리들의 그림자도.
달아오른 온도와 씩씩한 웃음도...
노을이 지는 창 밖의 풍경을 사진처럼 담은 미술실 안에 홀로 남은 나는 정말 내일, 주영이를 볼 수 있는걸까요? 우리 부부의 여름이 이렇게 끝나도 괜찮은걸까요? 다시 마주할 과거를 위해서?

<유인물>

일사병 예비 방법 ( 멸망까지 앞으로 2년 )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시 모자 착용. 가벼운 옷차림. 생수를 소지하시기 바랍니다.

물을 많이 마시되 카페인이 들어가거나 너무 단 음료, 주류등은 마시지 않도록 합니다.

멸망이 시작되기까지 앞으로 2년.

반복되기까지 앞으로 2년.

탈수등의 이유로 소금을 섭취할시 의사의 처방을 따르도록 합니다.

당신은 문득 깨닫습니다.
당신이 손에 들고있던 '유인물'이 가리키고 있는 멸망의 시간이 이제 고작, 2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것을요. [SANc 0/1 ]
천나연:
SAN Roll
기준치:54/27/10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흘러가는 우리의 여름이 너무,
뜨겁습니다.
--
다음날 학교는 예상대로 떠들썩합니다.
학생들은 강당에 모여 여름 방학식을 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연이 역시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오늘 학교에서 나연이는 주영이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 나오지 않은걸까요? 아니면 나를 피하고 있는걸까요?
부부가 만나지 않자 유인물에 적힌 멸망의 시간은 줄어들지 않고 여전히 2년 입니다. 이대로라면 여보의 말대로 10년까지 되돌아가겠죠.
그리고 10년 뒤엔 ….
한껏 높은 습도와 온기를 자랑하던 교실 안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곧 강당에서 여름 방학식을 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모두 강당으로 모여주세요.'
'다시 한 번 알립니다. 곧 강당에서 여름 방학식을 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모두 …'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송에 반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빠져 나갑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줄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시고 소란을 잠재웁니다. 나연이도 가야겠죠? 방학식에 빠질 수는 없으니까요.
천나연:(아직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진실을 안 뒤여서인지, 불안한 마음은 약간이지만 가셨어요. 조심스레 교실을 나섭니다. 전교생이 모이는 곳이라면, 적어도...)
나연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선생님께서 당신을 부릅니다.
선생님:"아, 나연아."
천나연:.. 아, 네. 선생님.
선생님:"...괜찮니? 표정이 좋지않구나"
천나연:... 괜찮아요, 들떠서 잠을 제대로 못 잤나봐요. (하고 옅게 웃습니다. 요 근래 당신에게 제일 많이 들은 말인데. 작은 일에도 자꾸만 당신이, 떠올라서. 애써 웃어넘깁니다.)
선생님:"...그렇다면 다행이고. 미안하지만, 미술실에 가서 아이들이 제출했던 숙제들을 가져와줄래? 미술 선생님께서 미술실에 놓아두셨다는데 바빠서 가져오지를 못했거든."
"방학식에 맞춰서 애들에게 나눠 줄 예정이야. "
천나연:(전날의 그...) ... 네, 금방 다녀올게요. (마음을 진정시킬 겸, 잠깐 빠져나가있는 것도 괜찮겠죠. 고갤 끄덕이며 미소짓곤 미술실로 향합니다.)
어제 주영이가 미술실에 놓아두었던 그 박스를 말씀하시는것 같습니다. 그럼 부탁해. 강당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선생님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들뜬 아이들을 데리고 강당으로 이동합니다. 어쩔 수 없네요.선생님의 부탁이니 ...
...미술실에 가면 주영이가 있을까요? 그렇게 울면서 가버린 반려자의 얼굴을 다시 마주하는 것도 꺼림직한 일이지만 말이에요.
미술실에 들어가자 어제와 똑같은 풍경이 보입니다. 나란히 놓여진 의자와 책상들. 아무도 없는 미술실 내부. 다른게 있다면, 창 밖에는 저물어가는 노을이 아니라 새파란 하늘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천나연:(저도모르게 약간 멍하니 그 창문을 내다보았습니다. 마리나 빛의 저 하늘과, 분위기에 젖어 그리 보이는 것일진 모르겠지만서도, 푸르게 비춰지는 듯한 이 교실. 시선을 돌려 그 박스를 찾습니다.)
탁자 앞으로 가 주영이가 어제 정리해서 놓아둔 내용물들을 챙깁니다. 그림들과 글의 주제는 전부 '멸망' 에 관한 것입니다. 왜 이런것들만 있지? 이제는 이런 것들까지 바뀌어버린건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능판정
천나연: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 "
며칠 전 교실에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아. 그때 그 작문 시간 주제가 '멸망' 이었죠. 미술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걸까요?
관찰판정
천나연: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렇게 나연이는 숙제를 정리하다가 그림과 글들 아래에 놓여진 < 원래 여름이란, 파도를 건너가는 것 > 이라고 적힌 제목을 발견합니다. 푸른 하늘과, 구름이 그려진 곳은 다름아닌 우리들의 학교. 그리고 누군가들의 뒷모습.
살펴보나요?
천나연:(살핍니다...)
새파란 하늘이 그려진 그림. 물이 많은 물감으로 번진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퍼져있습니다. 운동장과 학교가 보입니다. 하지만 학교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교문 앞에 서 있는 두명의 사람만이 그려져 있을 뿐입니다.
언제 그린건지, 누가 그린건지 알 수 없습니다. 이름도 반도 없으니까요. 교문 앞에 서 있는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적하고 조용하고. 그 둘의 이어진 그림자. 그늘진 얼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림 아래, 짧은 작문이 쓰여 있습니다.

우리를 방해하는 건 여름의 습도밖에 없었다. 내 젊음은 시간에 비해 너무 빨리 소모 되었다. 달력이 줄어드는게 무서워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도망치려고 할 때면 여름이 자꾸만 나를 가로막았다.


멸망은 우리들에게 너무 먼 이야기야. 6년 후. 8년 후. 10년 후 …. 내가 기억하고 싶은 건 당신과 함께 했던 여름의 흔적이고 불안한 노을이 만들어 낸 직선의 그림자 밑에서 울던 너의 얼굴이지. 어리기 때문에 위태로운 여름은. 원래.


여름이란, 나에게 다가오는 높고 낮은 파도를 건너는 일. 

바다가 존재하는 한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파도를, 너를. 반복될때마다 만나는 우리를.

우리는 항상 같은 일을 반복했다. 여름 내내.

여름이라고 불리는 그 시간동안.

천나연:... (눈빛이 가라앉습니다. 의미심장하지만... 본래같으면 그 뜻을 알 수 없었겠지만, 기껏해야 청춘의 쓰라림이라 읽었겠지만.) ... 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
우리는 반복되는 시간 속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이 더위. 혹은, 절망스러운 미래에 갇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곳에서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벗어날 수 없다면 슬퍼하기만 해야 하나요? 달라질 수 없다고 이미 만나버린 우리가 이별해야 하나요?
당신은 문득 직감합니다. 비록 학년도, 이름도 적혀있지 않지만 자주 보았던 필체. 익숙한 느낌. 그림 안에 그려진 교문 앞 두 사람의 존재를.
서로의 반을 나누고 앞으로의 삶도 함께할, 부부이기에. 그가 어디있는지 알것만 같습니다.
<원래 여름이란, 파도를 건너가는 것>
...그것을 다 읽은 당신의 발 아래로, 상자 안에서 종이 한 장이 떨어집니다.

<유인물>

일사병 예비 방법 ( 멸망까지 앞으로 2년 )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시 모자 착용. 가벼운 옷차림. 생수를 소지하시기 바랍니다.

물을 많이 마시되 카페인이 들어가거나 너무 단 음료, 주류등은 마시지 않도록 합니다.

멸망이 시작되기까지 앞으로 2년.

반복되기까지 앞으로 2년.

탈수등의 이유로 소금을 섭취할시 의사의 처방을 따르도록 합니다.

천나연:... (입을 꾹 다뭅니다. 2년이라 적혀있지만 그 시간은 훨씬 짧다는 걸 알아요. 그 그림을 들고, 이 원망스러운 유인물도 겹쳐듭니다. 제 시간에 상자를 전해드리진 못할 게 뻔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요.) (학교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그래요
2년. 아직 멸망까지 2년이 남았습니다. 내가 지금 주영씨를 만나러 가면 시간은 다시 줄어들겠죠.
이번에는 몇년이 남을까요? 10년에서 8년으로. 8년에서 6년으로. 6년에서 4년. 4년에서 2년. 2년에서 … 다음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남은 시간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다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 곧 강당에서 여름 방학식을 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지금 모두 강당으로 모여주세요. ]
[ 다시 한 번 알립니다. 곧 강당에서 여름 방학식을 할 예정이니, 학생들은 지금 모두 강당으로 모여주세요. ]
....
..
주영이를 만나러 가는게 맞을까요? 예정되어 가까워지는 멸망을 뒤로하고?
아니면, 천나연. 당신을 부르는 듯 한 열여덟의 마지막 '여름 방학식' 에 가야 하는게 맞을까요?
천나연:(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걸 알아요. 여름 방학은 언젠가는 다시 찾아올 거예요. 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아름답고 씁쓸한 계절도, 언젠가는 다시 올 거예요. 하지만 선배는, 주영씨는. 제 배우자는. 이번이 마지막일 지도 모르잖아요.)
....
..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열여덟, 열아홉 여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다시 돌아 온 10년 전의 과거가 결코 아름답지 않을거란 사실 또한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만났습니다. 다음 과거에서는 슬퍼하지 말자고요? 그렇다면 다음 과거에서의 여름은, 누구를 처음으로 사랑해야 하나요?
당신은 교문으로 달립니다. 흘러 나오는 안내 방송은 더 이상 들리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부탁했던 심부름도. 열여덟의 여름 방학식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여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무더위가 피부 위에 내려 앉습니다. 곤두박질 치는 것만 같은 푸른 하늘이 시야에서 지나쳐 흘러갑니다.
멀리, 주영이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교문을 막 나가려고 하는 모습. 이번에 놓치면 다시는 보지 못할테죠. 주영이는 '다음 과거' 를 위해 나를 떠나려고 했으니까요.
천나연:(얼마나 달렸는지, 평생 복도에서 이렇게 뛰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나 절박하게 뛰어본 적이 없는데.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있는 힘껏 소리칩니다.) ... 주영씨! (제발, 제발. 멈춰주길 바라면서.)
황주영:"...나연씨?"
당신의 목소리에 걸음이 멈춥니다. 당장이라도 도망치려는듯 안절부절해보이는데도, 차마 걸음을 때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이.
"왜!! 왜온거에요, 우리가 같이 있으면 세상은... 세상의 멸망은 빨라진다고요!!!"
"당신이 살수있는 10년이 사라져버린다고!!!"
천나연:... 전날 계속 고민했어요! ...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다가섭니다.) ... 세상보다 제가 더 소중하다는 말에서 결단을 내릴 수 있었어요, 이렇게 고집부려서 미안해요, 하지만..! ... 제가 살 수 있는 10년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 할 지도 모를, 당신이 없어 달라질 그런 미래보다. 당신이 있는 1분 1초가 더 좋아요. ... 홀로 살아갈 10년보다, 그 약간의 시간을 더 살자고 헤어지는 것 보다! ... 당신이랑, 찰나의 시간이라도 함께하는게 좋아요.
황주영:"나연씨...."
입술을 작게 깨뭅니다. 부릅 떠진 눈이 파르르 떨립니다. 당장이라도 범람할것 같은 뜨거운 감정을 억누르며, 겨우겨우 막힌 말을 토해냅니다.
"...난 나연씨를 버리고 가려고 했어요. 나연씨를 위한다는 말로... 도망가려했다고요. 이런 한심한 사람이... 사랑받을 수 있을리 없잖아요. 이런 사람이... 부부의 연을 이어갈 수 있을리가..없잖아요."
그런데도 왜... 왜......
천나연:... 괴롭게 해서 죄송해요. 저야말로, 기억을 못한다 했어도 알게 된 이상 이렇게 주영씨의, 당신의 고통을 방치해서는 안 됐어요. (짧게 심호흡하고는 가까이 다가섭니다. 어느 때와 같은 부드러운 미소로, 당신만을 온전히 담는 눈으로.) ... 언제까지고 사랑해요, 여보. 한 번 맺은 연을 평생 이어가자 약속했잖아요. 결국 버리지 않고, 이렇게 봐주고 계시잖아요.
황주영:"....여보"
당신이 다가옴에도 도망치지 않습니다. 더는 밀어내지 않습니다. 그야 우리들은 사실 마냥 서로를 기다렸으니까요. 수없이 반복되던 멸망 속에서도 함께였으니까.
다가온 당신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습니다. 몸이 옅게 떨리기 시작합니다.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추할정도로 망가진 자신의 얼굴을 보이기 싫은것이겠죠.
"....미안해요. 죽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미안해요. 당신을 두고 도망치려해서 미안해요."
"....그런데도 이 못난 사람을 사랑한다 해줘서... 고마워요. 고마워요 여보..."
황주영:...사랑해요.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찰나의 시간이라도, 사실은 줄곳 이러고 싶었어요. 이러길 바랬어요. 그날, 사랑 앞에서 영원을 맹세하였기에, 몇번이고 반복된 삶에도 계속 사랑을 맹세했기에.
처음부터, 도망칠 수 없었던 거였다. 아무리 상처받고 고독하고 외롭고 슬퍼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내 마음에서 도망칠 수 없었던 거였다.
...푸른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마치 … 그때의 그 여름 노을 처럼. 하지만 이게 아름다운 노을이 아니란걸 알아요.
세상은 멸망할겁니다.
주영이와 나연이의 만남에 의해서. 두 부부의 사랑에 의해서.
그리고 다시 시작할테죠.
황주영:잠시 뒤, 당신을 안고 울던 그는 조심스럽게 멀어져 당신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씁니다.
몇번이고 반복하였던 그 말을.
몇번이고 잊지 않았던 그 말을.
천나연:(가만히 그런 당신을 안고 등을 토닥여주었습니다. 이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당신의 사랑을 증명받고, 또 이렇게. 그토록 바라던 만남이 다시 이루어졌잖아요. 차갑게 끓어 끊임없이 날 괴롭히던 그 감정도 따스하게 가라앉습니다.) ... 고마워요, 제가 죽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해줘서. ... 고마워요, 그런 저를 똑바로 직시해줘서. ... 그런 당신이기에 사랑하는 거예요. 그런 당신이어서 평생을 함께하겠다 약속할 수 있었어요. (오랜만에 느끼는 이 포근한 향. 눈을 천천히 감습니다. ... 그리고 잠시 뒤, 그 온기가 멀어지자 제 손바닥을 바라봅니다. 그래요, 언제나 하던 그 말.)
...
..
우리.
다음 이 과거에서도 이 마지막 말만은 잊지 않기로 해요.
매순간마다, 당신의 손에 말 없이 적었던 이 말을.
사랑해요. 그리고
Ending 1. 멸망한 세계에서 우리는 또 내일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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